예비군 동미참 훈련 1~2일차 후기
예비군 2년차 까지는 학생 예비군으로 하루 교육을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동미참 통지서가 집으로 날라왔다. 원래는 5월에 동미참 훈련에 참여하라는 통지서를 받았지만, 날씨도 덥고 다른 일정들 때문에 바빠서 참석을 못 했다. 그 후 몇 개월이 흐르고 개인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이번 동미참 훈련에 출석했다.
장소는 동구 능성동 예비군 훈련장. 아래 지도에서도 나타났듯이 정말 멀다. 네이버 지도에서는 우리 집에서 예비군 훈련장까지 가는데 1시간 40분이 걸린다고 적혀있어서 첫날에는 7시에 출발했다. 그리고 8시 4분에 도착했다..
1일차는 산에서 모든 훈련을 했다. 네이버 지도 덕분에 너무 빨리 도착해서 나는 1조에 속할 수 있었다. 우리 조는 “전술 훈련 -> 목진지 전투 -> 수색 정찰” 순으로 교육을 받았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하나도 안 힘들었는데, 1년 만에 살이 많이 쪄서 그런지 산을 올라가는데 정말 힘들었다. 어떤 사람 말로는 예비군 훈련이 다이어트 결심을 하게 만드는 최고의 계기라던데 나에게 정말 맞는 말 같다. 잠그기 힘든 군복 단추를 보며 충격 받았고, 예비군 훈련이 끝나면 다시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전술 훈련은 각개 전투와 다를 게 없었다. 현역 때 약 2년 동안 해왔던 것이라 몸이 저절로 움직여 줬다. 목진지 전투는 크레모아를 설치하고 연습용 수류탄을 투척하는 훈련이었다. 난 내가 순번 6번을 받은 것이 행운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다른 순번들은 각 교육 시간마다 역할이 정해졌는데(예를 들어 1번은 분대장, 2번은 크레모아 설치, 4번과 8번은 신호 등등..), 나만 부여된 역할이 없었다. 간혹 어떤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6번을 부분대장으로 임명했다는데 동구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분대장만 존재했다.
우리 조는 점심시간이 시작하기 전에 1일차 훈련을 끝내고 쉬었다. 점심은 도시락이 나왔는데 기억나는 반찬은 미역국, 제육볶음, 어묵조림, 김치였다.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거의 대부분의 조가 점심시간이 끝나고 남은 훈련을 받으러 갔지만, 우리 조는 남은 훈련이 없으므로 약 3시간 동안 강당에서 핸드폰을 하거나 잤다. 총기 반납 역시 빠른 순번부터 반납하기 때문에 일찍 온 사람이 먼저 나갔다.
문제는 버스였다. 능성동 예비군 훈련장까지 오는 버스는 401번이 유일한데, 이 버스의 배차 간격이 약 2~30분이었다. 즉 먼저 예비군 훈련장에서 나와도 버스를 기다리는 30분 동안 다른 예비군들이 몰려오고, 결국 내가 버스에서 앉을 수 있는 확률을 상당히 희박하다(난 2일차까지 약 2시간을 모두 서서 갔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아침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1일차에는 얼마나 군인들이 버스에 많이 탔는지 버스 출입구까지 사람이 꽉 차서 한동안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를 안 하고 계속 달렸다(보통 아양교역 근처에서 군인들이 많이 내린다).
1일차 훈련이 끝나고 너무 피곤해서 집에 오자마자 씻고 저녁 8시에 바로 잤다. 2일차는 주특기 훈련을 받았다. 통신, 박격포, 유탄 발사기, 기관총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교육 및 평가는 정말 형식적으로 대충 하고 넘어갔다. 그 결과 2일차에는 모든 조가 똑같은 점수를 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점심 도시락은 김치찌개, 햄버그스테이크, 김치, 단무지, 튀김 만두가 나왔다.
3일차는 사격이 있어서 조기 퇴소하는 사람, 보충 교육을 받아야 되는 사람으로 운명이 갈릴 예정이라던데 예비군을 위한 사격 훈련 난이도는 낮기 때문에 긴장되지는 않는다. 피곤해서 오늘도 바로 자야겠다.